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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겨울

이 상용 2009. 12. 9. 20:25

 

어제(12.08) 다녀온 홍천의 골짜기는 겨울이 깊어 있었다.

그동안 쌓인 눈이 녹지않아 올라가는길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 그날 따라 또 눈이 내려 문자 그대로 설상가상이 되었다.

어머니는 언덕 넘어 덩그러니 지어진 집 그곳 안방 한켠에 그렇게 웅크리고 계시다 간만의 아들을 반겨주신다.

 

겨울동안 당신을 따뜻하게 해줄 땔감더미를 바라보며 내년 봄까지 걱정없다 하시면서도 몸에 밴 절약정신에 하루에 한번밖에 군불을 안 지피신단다.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걱정해도, 정통방식의 온돌바닥인지라 한번 데우면 하루 종일 따뜻하다며 애써 아들을 안심시키려 한다.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죄송스런 마음에 평소 좋아하시는 해물찜 식당을 찾는데 홍천시내를 세바퀴나 돌고 돌았다.

푸짐하게 내놓은 해물찜을 보시고 아이처럼 설레여 하시는 어머니를 보고는 식당찾아 동네 세바퀴의 어려움은 보상이 되고도 남았다.

 

엄동설한에 바깥출입은 극도로 자제한체 텔레비젼 벗삼아 왼종일을 보내고 계시는 어머니에게 텔레비젼 프로그램중 음식을 자랑하는 리포터들의 음식 맛나게 먹는모습은 어머니에게 퍽이나 부러움의 대상이였나보다. 찜이 되어 나온 해물들을 가르키며 리포터들이 이렇게 먹었다는둥 저렇게 먹었다는둥 말씀을 하시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콧등이 아릿해지는 아들놈 심정은 생각도 않으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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