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즐~ 클래식

파가니니의 히스토리

이 상용 2009. 5. 6. 17:01

니콜로 파가니니
(Niccolo Paganini, 1782-1840)


몇 장의 그림으로 남아 있는 그의 인상은 첫눈에 까마귀, 혹은 악마와도 같은 모습이다. 범상치 않은 위인(爲人)임을 그의 풍모에서도 곧 느낄 수 있다. 사실 음악가 중에서 그만큼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갖가지 전설을 많이 남긴 사례도 드 물다. 그런 괴이한 전설들을 그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파가니 니는 예술가라기보다 차라리 쇼 맨에 가까운 음악가였다는 느낌마저 든다.


출생지가 이탈리아의 제노아임은 확실하지만 생년월일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분명치 않다. 아버지의 직업이 실제로 무엇이었던가도 알쏭달쏭하다. 이 괴인의 일생은 온갖 의문투성이다.


당시 사람들은 파가니니를 가리켜 '악마의 바이올린 연주자', '바이올린 귀신' 등으로 불렀다. 그는 자신의 별명에 결맞게 귀신과 같은 솜씨로 청중들을 사로 잡았으며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별난 복장에 괴팍한 행동도 서슴 지 않았던 괴짜였다.


귀부인과 동거생활을 하면서 약속한 연주회를 펑크내 파산지경에 빠져 옥살 이를 하고 도박에 미쳐 애기(愛器)과르네리 바이올린을 전당포에 잡히는 등 방만하기 그지없는 생활을 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어려운 사람을 친부모 이상으 로 극진히 돌보아 주기도 했다. 선의 면에서는 파우스트적이고 악의 면에서는 메피스트적인 두 얼굴의 사나이. 그가 바로 파가니니였다.


어쨌든 그가 일생을 풍미한 걸출한 연주가였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의 연주 기교는 사실 초인적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바이올린의 고난도 기교는 그 이전 에는 미처 생각도 못하던 것들이었다. 2중 트릴(떤꾸밈음), 화음의 연속연주, 2중 플래절렛(왼손 기교의 한 가지), 자연음과 플래절렛의 병행, 활로 긋는 궁주(弓奏)와 왼손 손가락으로 퉁기는 피치가토의 혼용 등 마저 마치 곡예사 와도 같은 신비한 기술은 청중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연주 도중 줄이 끊어져도 당황하기는커녕 남은 줄로 쉬지 않고 연주를 계속 했고 나중에는 일부러 바이올린 줄을 하나씩 끊고 나머지 한 줄만으로 연주 하는 묘기도 보였다. 당시의 만화 중에 파가니니가 줄 한쪽 끝을 발가락에 매고 다른 한쪽 끝은 입에 문 채 활로 켜는 모습을 그린 것도 있었다.
파가니니는 프랑스의 니스에서 58년의 생을 마쳤다. 임종 때도 종교적인 의식을 거절하는 등 반종교적인 행태를 보였으며 니스의 대주교는 그 곳에 그를 묻기를 거절했다. 고향 제노아의 사람들도 "악마를 우리 고을에 묻을 수 없다."고 역시 매장을 반대해 그의 관은 저장실에 보관되어 있다가 5년 후에야 이탈리아 파르마 당국의 허가를 얻어 그 곳 묘지에 묻혔다.


그가 애용했던 '캐논'이란 별명이 붙은 바이올린 '괴르네리 델 제수'(1742년 제작)는 현재 고향 제노아의 시청에 보관되어 있다. 바이올린 '캐논'을 잠깐 끄집어내어 켜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시 당국이 세계적으로 특출한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인정하는 소수의 연주자들뿐이다.


파가니니의 연주가 청중을 사로잡았던 것은 낭만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구태의연한 평범한 연주법은 먹혀들지 않는다는 시류를 잘 탄 덕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곡가로서의 그의 작품에는 깊이 있는 예술성이 담겼다 고는 하기 어렵다. 다만 이탈리아인다운 아름다운 선율에 멋들어지게 기교가 가미된 곡이 많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그의 대표작은 작품 1로 되어 있는 <무반주 카프리스>24곡이다. 모든 바이올린 학도들의 필수과제가 되다시피 한 고난도의 곡들이다.


파가니니의 등장은 리스트와 베를리오즈, 바그너에 이르기까지 낭만주의 음악의 거목들에게 큰 감회를 주었다. 그들의 작품이 파가니니를 알기 전과 후에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낭만주의는 그 밑바닥에 있어서 파가니니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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