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사랑하는 아빠, 우린 낙엽처럼 여행하고 있어요.
내가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해도 수많은 천사들 중에서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 것인가. 결혼식 날 슬피 우는 신부와 거리에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말, 공연장이 없어 뿔뿔이 흩어지는 유랑극단 등 슬프고 우수에 찬 그리스의 현실들이 두 남매의 여정을 스쳐간다. 유랑극단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 오레스테스를 향한 첫사랑의 벅찬 감정을 경험한 어린 소녀 불라는 강간의 상처와 첫사랑의 애틋함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외로운 작은 소녀야, 첫사랑이란 다 그런거야 심장은 부서질 듯 두근거리고... 오레스테스가 동성연애자임을 알게 된 불라는 절망하면서 그의 곁을 떠나간다. 그들을 뒤쫓아온 오레스테스의 가슴에 안겨 흐느껴 울면서 첫사랑과 가슴아픈 이별을 한 불라와 알렉산더는 아빠를 찾기 위한 여행을 계속한다.
태초에 어둠이 있었어. 그 후에 빛이 만들어졌지, 국경지대에 도착하여 여권이 없는 남매는 한밤중에 몰래 쪽배를 타고 강을 건너려 한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그들을 향해 쏜 국경 수비대의 총소리가 들린다. 어둠이 걷힌 후, 마치 환상 같은 안개 자욱한 풍경 속에서 어린 남매는 언덕 위의 아름드리 나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밤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고, 언제 새로운 날이 밝아올 것인가”
밤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고, 언제 새로운 날이 밝아올 것인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더듬어 찾는 여행 <안개 속의 풍경>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찾아나선 어린 남매가 황무지와도 같은 오늘날의 그리스를 가로질러 여행하면서 겪는 시간을 그리고 있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 희망을 잃은 그리스의 절망적인 현실이 펼쳐진다. 공연할 극장을 구하지 못해 바닷가를 배회하는 유랑극단, 시가행진을 벌이는 군인들, 11살의 소녀를 강간하는 트럭운전사, 결혼식 날 울며 도망가는 신부, 불라가 첫사랑을 느낀 오레스테스가 동성연애자라는 사실 등 그들이 겪는 경험들은 그리스의 현실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보여준다.
안개 속의 풍경. 우수에 잠긴 조국 그리스 앙겔로풀로스는 풍경의 색깔과 모양을 사용하여 인간의 감정적 굴곡을 절묘하게 표현해낼 줄 아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그리스는 여행책자에 나오는 햇빛 찬란한 얼굴이 아니다. <안개 속의 풍경>에서도 비 내리는 음산한 겨울 날씨가 등장하며, 회색빛의 바닷가는 멀리 떨어진 공장을 향하고 있고, 트랙터는 죽어가는 말을 눈 속에 파묻는다. 잿빛 안개, 짙은 구름, 스산한 마을, 황량한 정류장, 텅 빈 광장 등을 통해 쓸쓸함이 묻어나는 풍경들은 밝음을 의도적으로 제외시킨 완고한 시선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리스가 겪은 격동의 역사와 현실적 고통을 절실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진한 감청색의 블루톤으로 이어지는 화면은 고된 현실을 적절하게 표현하면서도 작품에 서정성을 더해준다.
<<제작노트>>
(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 뉴욕 타임즈는 1990년에 "앙겔로풀로스의 영화가 이제서야 미국에 소개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라면서 미국영화계의 편협성에 대하여 개탄하였다. 또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자신의 작품, (1990년)이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 (유랑극단)의 영향을 받았으며 자신의 영화가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것보다 못 하다는 것을 인정하엿다. 위의 두 가지 예는 앙겔로풀로스 감독이 세계 영화사에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끊임없이 여행과 신화, 인간을 소재로 하면서 신화의 나라, 그리스의 풍경,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그의 영화 스타일은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정지된 듯 보이지만 천천히 느리게 움직이고 잇는 홤녀이 관객에게 주는 감정의 여유와 판단으 자유는 롱테이크와 이동 촬영의 명수인 앙겔로 풀로스 감독의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보기의 새로움"이다.
이제 막 60을 넘긴 감독은 자신을 :과거를 버리고 미래를 지향하는 영화인"이라고 소개한다. 오랜 그리스의 과거 역사와 불투명한 그리스의 미래 그 중간에 서서 마치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은 어디쯤일까 고민하듯 끊임없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영화 인생은 희망의 땅을 향해 걸어가는 두 남매의 작은 발걸음, 그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작가/ 토니오 게라)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붉은 사막> 비토리오 데 시카의 <해바라기> 따비아니 형제의 <로렌조의 밤>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아> 등 주옥같은 걸작들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1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시나리오 작가 토니오 게라가 앙겔로풀로스와 함께 쓴 시나리오,
(음악/ 엘레나 카레인드로우) 영화음악의 독보적인 존재인 엘레나 카레인드로우는 <시테라섬으로의 여행>에서부터 최근작, <율리시즈의 시선>까지 다섯 작품을 앙렐로 풀로스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동반자, 시나리오보다는 가케라으 움직임에서 음악적 영감을 받는다는 그녀는 앙겔로플로스 작품의 미묘한 감성을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안개 속의 풍경>에서의 그녀의 음악은 영적인 깊이와 다불어 사람의 가슴을 젖게 하는 아련한 감동을 더해주면서 어린 두 남매의 힘든 여정을 극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촬영/ 지오르고스 아르바니티스) 세계적인 풍경 사진 작가로 유명한 아르마니티스는 70년 (범죄의 재구성)에서 처음 앙게로풀로스와 손을 잡고 이후 지속적으로 앙겔로플로스 감독 작품의 촬영을 맞아왔다. 서정적이면서도 절제된 스타일로 유명한 그는 감성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아두운 블루토으이 칼라와 롱 테이크, 시퀸스 쇼트, 팬 기법 등의 다양한 촬영기법을 통해 (안개 속의 풍경)의 주된 정서인 낮설음, 향수, 희망, 가슴아픈 사랑 등을 카메라에 담아 가슴에 두고두고 남는 아름답고 서정적인장면들을 연출해냈다.
-제작 에피소드 2 불라 역을 맡은 타니아는 촬영 당시 12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였다.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이 소녀는 영화를 찍으면서 실제로 오레스테스 역을 맡았던 배우, 스트라토스를 좋아하게 되어 떨리는 첫사랑을 표현하는 대목에서 그냥 느끼는 대로 연기했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강간당하는 장면은 완강히 거부해 촬영진을 곤혹케 했으나 부모와 감독의 설득으로 가까스로 수락했다. 대신 소리는 지르지 않겠다고 단언. 그 장면은 침묵으로 처리했고 결과적으로 비극적인 불라의 아픔이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 읽기 >> 앙겔로풀로스의 스타일은 간결하고 섬세하며 서정적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들을 탁월한 시각적 구도와 쁠랑 세깡스, 이동 촬영 등의 복합적인 카메라 움직임이 결합된 영상으로 표현하여 세계영화계에서 독창성을 인정받고 현대 영화의 새로운 영상미학을 창조해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그는 ‘카메라와 색채, 음악이 모두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아는 최고의 감독이고 심오한 영화언어를 구사하는 그의 작품들은 뛰어난 시와 마찬가지로 매우 감각적인 창조물이다. 때문에 그의 영화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감을 총동원하여 영화의 구조와 색감을 읽고, 카메라 움직임과 쁠랑 세깡스의 리듬을 느끼고 엘레니 카라인드루의 음악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만끽하라!
여행. 시간과 공간의 자유로운 구성
앙겔로풀로스가 인터뷰에서 인용한 T.S. Eliot <유랑극단>이후 거의 모든 작품은 여행에 기반해 있다.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지리학적이든, 시간적이든!앙겔로풀로스는 여행하는 인물들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현재 시점에 과거를, 환상을 자유자재로 불러들인다. 이것은 과거와 현재의 지속적인 대비를 통해 현재를 역사적으로 조명해가는 방법이다. 그 결과 앙겔로풀로스의 작품은 꿈같기도 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시적인 영화가 된다.
신화적 서술방식(Mythic Method)
사멸된 시간(dead time)을 위한 쁠랑 세깡스(plan sequence ;shot sequence)
앙겔로풀로스의 아버지 ‘스피로’는 좌파에게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촌에게 고발을 당하고, ‘붉은 12월(Red December)'로 불리는 1944년의 크리스마스 무렵에 파르티잔에게 체포되어 간다. 그때 앙겔로풀로스는 9살이었으며 어머니와 함께 수 백구의 시체들 사이로 아버지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아버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돌아오지만 이 기억은 유령처럼 그의 영화들을 떠돌아다닌다. <비키퍼>, <시테라 섬으로의 여행>의 주인공 이름도 바로 아버지에게서 빌려온 것. 또 하나의 트라우마는 11살 난 누이 불라의 죽음. <안개 속의 풍경>에서 아빠를 찾아 떠도는 안쓰러운 소녀의 이름이 바로 ’불라‘였다. 무엇보다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알렉산더’. <알렉산더 대왕>에서 그리스 민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알렉산더는 <안개 속의 풍경>에서는 불라의 어린 남동생으로, <학의 멈춰진 발걸음>에서는 국경을 취재하는 기자로, <율리시즈의 시선>에는 A라는 약자로 앙겔로풀로스이자 알렉산더이고, <영원과 하루>에서는 흩어진 시어를 찾아 헤매는 시인. 마치 각각의 영화에서 소년, 청년, 노년 시절의 단면을 공유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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